방충망에 먼지가 가득했다. 촘촘한 격자에 낀 불순물 위로 파리가 끈끈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하워드는 벌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그것들과 함께하며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어떤 파리는 죽음의 냄새만을 좇는다는 사실. 모든 것이 싱그럽게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무언가의 징조를 발견하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하워드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초록빛 잔디, 페인트가 벗겨진 울타리, 소 울음이 들려오는 마구간…… 평화로웠다. 의심의 여지 없이.
문을 열자 끼익, 하고 녹슨 쇠 경첩이 소리를 냈다. 하워드는 복도에 발을 들였다. 수년만인데도 다마스크 패턴의 벽지와 낡은 선반들은 전부 기억 속 그대로였다. 시간의 흐름이 이곳만은 비껴간 듯했다. 전쟁터에서는 아침에 빵을 나눠 먹은 전우가 오후에 시체로 돌아왔다. 전날 밤 몸을 누인 숙소가 다음날이면 잿더미로 변했다. 그곳에서는 당연히, 언제나, 와 같은 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은 공간이 아주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하워드는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어느새 파리의 형상은 흐릿해져 있었다.
“펄!”
집을 떠나기 전 보았던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복도를 걸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던 펄. 그녀의 입꼬리가 경련할 때면 제 가슴도 찌르르 떨리던 걸 기억한다. 하워드는 홀로 긴 시간을 견뎠을 아내를 어서 끌어안고 싶었다. 불그스름한 뺨을 감싸고 작은 입술에 키스하고 싶었다. 그리고 속삭이고 싶었다. 다녀왔어.
좁은 복도를 지나면 부엌이 나왔다. 네 식구가 모여 저녁을 먹던 곳이었다. 하워드는 식탁으을 향해 다가가다 당황하며 걸음을 멈췄다. 파리 한 마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놈은 한때 먹음직스러운 향을 풍겼을 돼지구이 위에 앉아 있었다. 네 가족이 먹어도 충분할 양의 고기는 얼마나 방치한 것인지, 더는 요리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새끼손톱만 한 애벌레 여럿이 꾸물대며 돼지의 속살을 파고들었다 기어 나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면 하워드의 낯빛이 창백해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패한 것은 고기만이 아니었다. 식탁에는 두 사람, 한때 그와 가족이었던 남녀가 앉아 있었고 그들은 모두 오래전에 혼을 빼앗긴 듯 피부가 창백하다 못해 곰팡이처럼 시퍼렜다. 하워드는 파리가 방충망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워드?”
부드러운 목소리에 하워드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사랑스러운 그의 아내, 펄이 있었다. 당신이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펄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전장으로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며 보였던 표정과 아주 흡사했다. 애써 눈물을 참느라 힘이 들어간 눈가와 경련하는 입꼬리 모두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하워드 또한 가슴이 찌르르 떨리는 감각을 느꼈으나 이전과는 다른 감정임을 알았다. 시간은 그의 집을 비껴가지 않았다.
펄은 한참을 가만히 서서 웃기만 했다. 때때로 눈가를 일그러뜨리기도 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짝 미소 지었다. 하워드는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펄은 그를 막지 않았다. 조금 슬픈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계속해서 입꼬리를 끌어당기는 데 집중했다. 부엌을 벗어난 하워드는 곧장 뒤를 돌아 현관을 향해 질주했다. 방충망에 붙은 파리들이 시야에 들어올 때쯤, 하워드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펄이 손에 무얼 들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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