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와의 인터뷰 | ||
| [악마와의 토크쇼] | ||
| 928 | 소설 | ||
| sampl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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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 소설과 희곡을 섞은 형태입니다. 샘플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메인으로 등장하지만 작중 등장인물도 제대로 나옵니다. 밑에서부터 원고로 생각해주세요.) [악마와의 인터뷰] 최초의 기억은 목도에서 비롯된다. 당신은 비디오를, 사라진 토크쇼를 기억할 터다. 그래, 잭 델로이의 올빼미 쇼 말이다. 1977년 할로윈 전야에 걸맞은 광기와 열락! 금단의 테이프를 열어본 당신은, 어쩌면 경외 혹은 경악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가? 이것은 하나의 질문, 나아가 의제를 위한 전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 당신은 왜 이 테이프를 선택했을까. 장담하건데, 당신은 잭 델로이의 올빼미 쇼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는 족적을 남긴 이를 기록하며 추억한다. 그는 사라진 존재로, 대개 잊혔을 터다. 아니면 단지 몰입하고 싶은 고양감에 저지른 일인가? 비디오를 트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미지에 뛰어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모험심과 약간의 책임을 동반할 뿐이다. 어쩌면 당신은 탐험가와 같은 마음으로 개봉했을지 모른다. 값싼 표현으로는, 오컬트 마니아이기에 지나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의제는 한 줄로 정의된다. 우리는 올빼미 쇼를 선택한 것인가? 그 영상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악마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잠깐 사이에 예의 간악한 속삭임에 넘어가 테이프를 감았을 지도 모른다. (첨언: 예시를 위한 가정일 뿐, 올빼미 쇼는 실존하는 토크쇼다) 그래 여기까지 보았으면 당신은 이쯤, ‘이게 뭔 궤변이야?’라는 생각을 할 터다. 우리는 이지와 자의를 갖춘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문명을 구축하여 자란 유일무의의 생명체로서 악마와 초자연적 존재는, 공상 속 유희와 비슷하지 않던가. 매년 영혼과 귀신에 관한 논쟁이 펼쳐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가상은 가상이고, 현실은 현실. 선을 긋는 행위로 우리는 자유와 유일을 독점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사실만은 인정하라 덧붙이고 싶다. 우리는 미지에 ‘이끌린다’는 것이다.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환상을 연료 삼아 발전해왔다. 그렇기에 올빼미 쇼를 찾아온 걸음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며, 필연인 이상 우리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당신이 이 테이프를 고른 이유도 ‘환상의 에피소드’임이 한 몫 하지 않았는가? (첨언: 이 질문은 기획 도중 나온 논쟁이었다. 필자는 그의 당돌한 주장에 동의한다.)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이 논제에 이끌리는가? 각오와 열정 따위 없어도 된다. 끌린다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될 뿐. 21세기는 무엇이든 중계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흥미가 있다면 이 영상을 시청하면 된다. 우리의 질문이 어떤 결과를 맺는지 증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 영상의 이름은… 그래, [악마와의 인터뷰]로 정하자. 우리 인터뷰 쇼의 게스트는 바로 그 ‘꿈틀 씨’다. *** 어두운 세트장. 가운데에는 의자와 마네킹이 서있다. 테이블을 옮기는 사람들. 카메라는 그들을 훑으며 고개를 움직인다. 날이 서있는 단검, 의미 없는 두개골. 부연출: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화면이 별론데. 카메라: 어쩔 수가 없다. 이게 최선이야. 급하게 빌려온 거고. 말소리 사이로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는 부연출을 바라본다. 돌아간 고개는 표정을 감춘다. 부연출: (가라앉은 목소리로) 걔가 하도 자신이 있다 말하니 진행은 하지만, 이게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해? 카메라: (고개를 가로 젓고) 이제 와서 이런 얘기 하지 말자. 소품: 왜요? 재밌는데. 난 볼 거 같은데. 솔직히 그 테이프 진짜 같았다고요. 부연출: (내쉬는 한숨) 진짜가 문제가 아니라,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애초에 한국에서 악마를 어떻게 부르는데? 사방 천지가 교회야. 소품: (쾌활한 목소리) 언니도 참, 한국 교회는 서민 돈 뜯어먹는 씹새끼들이라 악마가 환영할 걸요? 소품, 걸음을 옮겨 마네킹을 의자에 앉힌다. 의자 손잡이 위로 끈을 단단히 맨다. 이어 소품 입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등장한다. 소품: 제가 걸리는 건, 방식이 다르단 건데…. 부연출: (질린다는 목소리로) 뭐가 또 달라? 소품: 올빼미 쇼에서는 여자애가 악마를 부르잖아요. 그러니까, 현실과 지옥 사이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거죠. 이건 거의 땅 파서 유전 터트리기 아닌가. 부연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몰라, 움직이면 신기하긴 할 듯. 카메라: 올빼미 쇼에 나왔던 그 악마가 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걔가 무조건 온다고도 했고, 그냥 믿자. 부연출, 카메라를 노려본다. 부연출: 너는 그걸 그대로 처 믿냐? 카메라: (억울하다는 듯 다리를 치며) 이미 슛 들어가기 직전인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럼 네가 말렸어야지. 소품: (둘 사이로 끼어든다) 싸우지 마요! 우리 그냥 꿈틀 씨를 기다립시다. 델로이와 릴리의 가호가 우리에게 오기를! 부연출: 속이 존나 편해서 좋겠다. 소품: 헤, 제 특기예요. 델로이도 부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솔직히 섹시하잖아요. 카메라: 못 들은 거로 하자. 부연출: 정신 나갈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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